홍성진 영화해설

경색된 남북관계를 배경으로 휴전선을 장대 하나로 넘나들며 이산가족의 영상편지와 유품을 배달하는 정체불명의 남자(윤계상)가 남측에 귀순한 고위층의 애인인 평양 여성 인옥(김규리)을 데려오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처절한 러브 스토리. 김기덕 감독이 자신의 시나리오를 직접 제작한 이 영화는 <의형제>의 장훈 감독,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장철수 감독 등 김기덕 감독 밑에서 연출 수업을 받은 이른바 김기덕 사단 중 한 명이며 <아름답다>로 제5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전재홍 감독이 두번째 연출작으로 맡았고, <비스티 보이즈>, <집행자> 등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던 윤계상이 대사가 전혀 없는 정체불명의 주인공 남자 역으로, <미인도>, <하하하>에서 다양한 연기를 펼쳤던 김규리가 비련의 평양 여성으로 나온다. 예측불허의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남북분단 상황이 주는 아이러니한 유머까지 선보여 <의형제>를 뛰어넘는 재미만점의 분단 드라마로 손색없으며, 약속을 저버리고 배신을 거듭하는 국가정보원의 모습과 남한의 경제력에 흔들리는 남파 간첩간의 대결 등 다양한 남북한 상황을 재치넘치게 묘사하고 있다. 영화는 무엇보다 데뷔 이래 15년 동안 매해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왔던 김기덕 감독이 3년이라는 오랜 공백을 깨고 제작한 야심작으로, 기존의 소규모 자본 탓에 투박했던 김기덕 영화들에 비해 보다 대중적이며 높은 완성도를 갖췄는데, 김기덕 감독 스스로 “칸이 나를 깨웠고, <풍산개>는 나를 일으키는 첫 신호탄이 될 작품”이라며, “내가 제작하는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인 영화”임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 영화는 주연배우인 윤계상과 김규리를 비롯해 모든 조, 단역 배우들과 전 스탭들이 노개런티로 참여했다.

이 영화는 남한에 고립된 북파공작원(강동원)와 국정원 요원(송강호)간의 이야기인 <의형제>와 소재면에서 흡사한 면이 있는데,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의 연출부 출신인 장훈 감독이 신작 <풍산개>를 준비하던 중 메이저 영화사와 손잡고 떠나자 배신감에 상처를 받은 김기덕 감독이 2011년 5월, 자신의 영화 <아리랑>이 소개된 칸 영화제에서 장 감독의 실명을 거론하며 거세게 비난하여 화제가 되었다. ‘김기덕 사단’ 대표 주자로 손꼽히던 장훈 감독은 김기덕 감독이 각본을 쓴 <영화는 영화다>를 감독에 데뷔한 뒤, 스승을 떠나 쇼박스가 투자와 배급을 맡은 ‘의형제’를 연출, 관객 546만 명을 동원했었다. 김기덕 감독은 “장훈 감독과 <영화는 영화다> 이후 두 편을 함께 하기로 했지만, 나도 모르게 메이저 영화사와 계약했다”며 섭섭함을 밝혔다.

이모저모. 장대로 휴전선을 넘는 장면은 파주 공릉천 주변과 경기도 화성 근처의 비행장 일대에서 촬영됐다. 제작진은 사람 키 높이의 갈대숲에 참호와 진지를 짓고, 20미터 가량의 이중 철책선을 만들었다. / 윤계상이 혼자 머무는 비밀 아지트 장면은 동아방송대에 있는 실내 세트장에서 촬영됐다. / 성악을 전공한 전재홍 감독은 극중에 나오는 슈만의 가곡 '연꽃'을 직접 불렀다. / 일본 배우 오다리기 조가 '북한군1'로 카메오 출연하지만 알아볼 수 없게 처리했다.

사견. 극중 남파간첩을 이끄는 북한 간부 역으로 등장하는 유하복의 연기가 인상 깊은데, 냉소적이면서도 코믹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마치 송강호를 연상시킨다. 그는 <의형제>에서도 형사 역할로 출연한 인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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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난후 왠지 모를...적막감... 답답함...그리고 불쌍함..안쓰러움..

이런 감정들이 복합적이었다

Posted by 배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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